떠나는 김동준 해설위원이 그리운 이유

2022 MSI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갈 LCK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e스포츠판에 큰 충격이 찾아왔다. 개막을 고작 이틀 앞두고, 김동준 해설이 전격 하차한다는 발표가 공지된 것이다. 

이미 2022 MSI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동준 해설은 결국 롤 e스포츠가 절정에 오른 지금, 때아닌 하차로 팬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동준과 이현우 해설, 그리고 전용준 캐스터를 묶어 ‘전클동’이라 불릴 만큼 <롤> e스포츠를 대표하는 목소리와 다름없었던 그의 하차는 큰 빈자리를 느끼게 한다. 그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몇 가지 추억으로 회상해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전클동’ 롤 e스포츠의 전설이 되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한 중심이었던 MBC 게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많은 e스포츠 팬들은 김동준을 비롯한 MBC 게임의 해설진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궁금증을 가졌다.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아, 온게임넷(현 OGN) 합류라는 놀라운 소식으로 돌아왔다. 

꿈에 그리던 전용준 캐스터 등을 비롯한 호화 중계진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상상만 하던 팬들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ThisTalk] LOL로 돌아온 ‘우주최강’ 김동준

 

김동준 해설은 온게임넷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롤 e스포츠 대회에 전격 합류하며 전설의 서두를 써내려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라는 (당시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에서 전문성을 기대하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소수였던 게이머와 팬들의 중론이었지만, 김동준 해설은 단기간에 전문적인 지식과 스타크래프트 해설 당시부터 찬사를 받았던 판세를 읽는 능력을 더해 빠르게 게임 팬들을 롤 e스포츠 판으로 흡입시켰다. 

여기에 열기와 호응을 극대화하는 전용준 캐스터의 리딩, 재미와 선수 출신으로써의 전문성을 가미한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 해설의 합류까지 이어지자 팬들은 이들을 ‘전클동’이란 별칭으로 부르며 환호했다.

‘전클동’ 조합은 2013/14 LCK 윈터 스플릿부터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며, 대한민국 e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항상 함께 했다. SK텔레콤 T1(현 T1)의 롤드컵 3연패, 국내에서 치러진 첫 롤드컵 결승,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의 롤드컵 탈환까지 수많은 <롤> e스포츠의 역사는 그들의 목소리로 꾸며졌고, 열정으로 달궈졌다.

이현우 해설이 생생한 단어 선택과 비유로 '소환사의 협곡'의 역동성을 녹여냈다면, 김동준 해설은 특유의 꼼꼼한 준비성과 복기로 화면 밖 게임 유저들의 시선이 프로 팀들간의 전략 싸움에 온전히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두 해설과 전용준 캐스터의 조화로움이 없었다면 '전클동'이라는 수식어는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 해설을 넘어 엔터테이너로… ‘강팀준’, ‘타릭준’

 
<롤> e스포츠가 좀 더 온라인 밀착적인 형태로 발전하면서,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도 폭 넓게 등장했다. <롤> e스포츠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와 스트리머도 많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LCK를 주관하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역시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현우 해설과 김동준 해설은 자체 콘텐츠에서 소위 ‘발연기’까지 선보이며, 그야말로 거리낌없이 망가졌다. 선수들을 날카롭게 비평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읽어내려가던 해설들이 마이크를 놓고 카메라 앞에 서서 체면도 불사하며 망가지는 모습에 팬들은 환호했고, 더 자극적이고 화끈한 변신을 기대했다. 

2020년 LCK 서머 스플릿을 앞두고 게시된 <부부의 세계> 콘텐츠는, 이현우 해설과 김동준 해설이 부부로 분장해 우스꽝스러운 드라마 패러디로 지난 LCK 스프링 스플릿의 판세를 요약하며, <롤> e스포츠를 잘 모르는 팬들도 금방 흐름을 깨우칠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수영장 파티 스킨 프로모션 동영상에서 직접 '타릭'으로 분장한 김동준 해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김동준 해설이 분한 '부부의 세계'에 달린 베스트 댓글은 다음과 같다
"흑역사를 넘어 프로의식이 느껴진다" (출처 : LCK)



더불어 LOL분 토론과 같은 시즌 전 예측 콘텐츠에서도 강팀만 좋아하고, 선망한다는 소위 ‘강팀준’ 캐릭터를 하나의 밈으로 굳혀내며 팬들의 특색있는 <롤> e스포츠 판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고스란히 행동과 몸짓으로 담아냈다. 이제 LOL분 토론은 팬들이 시즌 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콘텐츠가 되었고, 김동준 해설을 비롯한 모든 패널들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즌 내내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도 강해졌다.

LCK가 야심차게 시도한 ‘SNL'(Sunday Night LCK) 역시 그의 목소리와 드립력, 선수에 대한 이해가 가미되지 않았다면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자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해설의 영역을 넘어 엔터테이너의 영역까지 다가설 수 있는 <롤> e스포츠의 가능성은 가히 김동준 해설이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Sunday Night LCK'를 진행하고 있는 김동준 해설 (출처 : LCK)
 


# ‘동준좌’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김동준 해설을 대표하는 수많은 별명 중에 단연 압도적인 별명은 바로 ‘동준좌’라 할 수 있다. 경기를 읽는 깔끔한 눈초리와 옳고 그름을 명확히 제시하는 날선 잣대는 마치 사이다와 다름없었고, 팬들은 이런 속 시원하고 명쾌한 해설에 환호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인무천일호'(花無百日紅 人無千日好)라는 수호전의 구절처럼, 꽃이 365일 내내 아름다울 수 없고, 사람 역시 천일 내내 한결같을 수 없다. 꾸준함이 매력이고, 장점이었던 김동준 해설도 결국 사람이기에 매사에 같은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안을 이해하는 정도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언론학자 엔트만(Entman, 1993)의 주장처럼, 해설은 경기를 보는 또 다른 눈이자, 경기를 이끄는 시선이다. 하지만 우리의 눈동자가 항상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흔들림을 보이듯, 김동준 해설을 둘러싼 이야기는 잠시의 흔들림일 수 있었다.

흔들림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팬의 따끔한 피드백일 것이다. 김동준 해설 또한 이전에 팬 커뮤니티에 나타나 팬들의 피드백과 분석을 들으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김동준 해설의 급작스런 하차, 그 이면의 꺼름칙함에는 비판 아닌 ‘비난’이 자리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과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따른다. 모든 해설은 중립을 지향하지만, 절대적인 중립을 유지할 순 없다. 해설자가 ‘중립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은 중립이란 절대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의지피력의 표현인 셈이다.

10년 간 롤 e스포츠 판에서 김동준 해설이 ‘동준좌’로 불리는 동안, 그가 견뎌온 숱한 비판을 가장한 비난은, 결국 중립적으로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기를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손가락질이었을 것이다. 분명 명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지만, 그 의지와 인내를 꺾어낸 비난이 바로 "일신상의 이유"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따른다.

새로 마이크를 잡을 사람에 대해 수많은 하마평이 오르내려도, 누구 하나 반성 없는 매몰참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기 어렵다. 해설 김동준을 떠나 인간 김동준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잠시 그가 자리를 비웠던 2014년처럼, 언젠가는 돌아온 김동준 해설위원의 미소를 LCK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길 기원한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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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와요 동준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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