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부흥, 이젠 한 목소리를 내자"

부산에서 개최돼 논란도 많고, 이목을 끄는 이슈도 많았던 2022 MSI(Mid-Season Invitational)가 LPL 대표 RNG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LCK에게는 성적 못지않게 “이 열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 한 달이었다. 하지만 LCK가 바라보는 시각과 달리, e스포츠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각양각색을 넘어 가지각색에 가까웠다. e스포츠의 가능성을 높게 인식하는 정치인부터, e스포츠를 소위 ‘끼워팔기’ 정도로 인식하는 후보까지 여러 형태로 쪼개진 아젠다가 6월 1일 마무리된 선거판을 메웠다.

부산의 밤을 수놓았던 뜨거웠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MSI가 끝난 지금, 한국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적절한 방향을 논해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MSI 그룹 스테이지가 진행된 부산 e스포츠 경기장 (출처 : 부산시)

 

#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흔들어야 할까?

 
선거 국면이 한창이던 5월 16일,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는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 "게임은 온라인 기반으로 발달했기에, 지역연고가 크게 발달하긴 힘들 것"이라 주장하며, '지역연고' 보다는 '팬심'으로 다져진 e스포츠 직관 문화가 수도권으로 편중돼 있어 자칫 지방 구단의 사업성을 보장해주지 못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향후 지자체의 스폰서십 후원을 받는 형태(예 : LCK 팀 '리브 샌드박스'와 부산광역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함과 더불어, 미주의 MLB 사례처럼 한국-중국-일본을 아우르는 아시아 권역 연고제도 논의해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리브 샌드박스' (출처 : 부산시)
 

단순한 제안처럼 들리지만, 공당의 대표가 던지는 아젠다는 결코 사견일 수 없다. 정당의 대표가 낸 일개 의견이 곧 공적인 아젠다(agenda)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e스포츠 프랜차이즈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에 대해 예상해볼 수 있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시선은 단순히 모기업의 홍보와 지자체의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스포츠 산업적인 요소로도 향해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LCK의 프랜차이즈 역사가 깊게 뿌리 내렸을 때야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생긴다. 2021년 도입된 LCK 프랜차이즈는 아직 종로 롤파크에 뿌리내려 수도 서울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프랜차이즈에 참여 의향을 제출한 팀만 25개에 달했을 만큼 열기는 뜨겁지만, 이들 모두 지역연고제나 광역연고제, 나아가 아시아권역 연고제와 같은 장기적인 플랜까지 고려해 뛰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서울 기반의 안정적인 팀 운영이 LCK 프랜차이즈에 뛰어들게 한 원동력이라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발전적 논의는 분명 필요하지만, 당장의 '도입'에 대해서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LCK의 뜨거운 열기를 담아내기에 롤파크는 비좁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타박하기엔 너무나 이르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담을 요리가 없는데, 그릇만 번지르르? 남발되는 e스포츠 유치 과열심리



앞서 언급했듯이, 작게는 e스포츠 지역연고제에서 크게는 e스포츠 광역연고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랜차이즈 제도에 관한 전진적 논의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이러한 논의는 아직까진 “행복한 단꿈”에 가깝다. 

부산시와 LCK 리브 샌드박스 간의 협약 사례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지역 연고를 위한 논의가 진행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도 제시되었으나, 핵심 아젠다에서는 후순위로 밀려 본격적인 논의 반열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장 LCK를 비롯한 e스포츠 팀 운영기업들의 의사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시됐던 지자체장 후보들의 e스포츠 관련 공약은 ‘열기’를 넘어 ‘과열’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일 정도로 남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수원시장 후보는 수원역의 집창촌 지역을 e스포츠 전용경기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동희영 경기도 광주 시장 후보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e스포츠 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기존에 부산시가 보여 줬던 'GC 부산'의 사례가 있긴 하나, 실질 운영을 맡은 전문 e스포츠 기업체에게 이름을 빌려주는 '네이밍 스폰' 형식이었다. 즉, 여기서 나아가 지자체가 '운영'까지 실질적으로 맡은 자체 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의힘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는 도내 연고 게임사와의 협업을 통한 e스포츠 경기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러한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까진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 제주도에 있는 '게임 기업'을 생각하면, 네오플 외 크게 떠오르는 기업이 없다

당장 김태흠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시한 매니페스토 질의서에서 e스포츠 전국체전 개최 관련 예산으로 100억 원을 2023년 본 예산에 계상하겠다고 답변했으나 경기장 건설이나 신규 구단 창단 관련 공약은 해당 답변에서 빠졌다. 허향진 후보 역시 각종 매체를 통해 e스포츠 경기장 건설과 같은 공약을 내세웠으나, 실제 해당 단체의 답변에서는 e스포츠 활동 지원이라는 한 줄에 대해 ‘계속 추진’ 하겠다는 언급만 했을 뿐 실질적인 이행과 소요 재원을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e스포츠를 향한 지역가의 시선은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정책을 실행하는 지자체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언제 담길지 모르는 음식을 위해 번지르르한 그릇을 빚는 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을 위한 투기와 낭비로 비칠 수 있다.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는 e스포츠 전국체전 개최 공약을 도정 3순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세간에 알려진 내용과 달리 e스포츠 경기장 건설과 창단 관련 내용은 답변서에 빠져있다. (출처 :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 지방 e스포츠 활성화는 성급한 백 걸음보다, 신중한 첫 걸음이 선행되어야…



당장 e스포츠라는 그릇을 오프라인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적절한가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준석 당 대표는 앞선 유튜브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게임 산업이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했기에 오프라인으로 열기가 이어지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맹목적인 직관 중심의 스포츠 산업 성장 문화가 e스포츠에는 적절한 성공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오프라인으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뻗어간 기성 스포츠와는 다른 발전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 LCK 스프링은 517만 명의 결승 시청자 수를 기록해, 전년 LCK 스프링 결승전이 갱신했던 시청자 수 350만 명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글로벌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LCK의 인기는 오프라인이라는 그릇으로 담기엔 너무 커져버린 셈이다.

물론, 현장에서 선수와 함께 생동하는 현장 중심의 스포츠 문화는 스포츠 산업의 본질 그 자체이기에 이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e스포츠를 오프라인으로 담아내기 위한 신중한 첫걸음이 더 절실하게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능성의 척도는 어느정도인가?"에 대한 진지한 답이 필요하다
사진은 대전 e스포츠 아레나 (출처 : 대전시)
 

지난 4월 22~23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 e스포츠 평가전의 무산이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eSPA의 부족한 행정적 수완만 아니었다면, 오프라인 e스포츠 대회의 지역적 열기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대학교 내 e스포츠 상설경기장인 ‘광주e스포츠경기장’은 지방에 유치된 e스포츠 상설 경기장 중 대회 유치 및 개최 경험이 가장 많은 곳으로 LCK 사무국이 관장하는 LCK 결승전을 제외하면, 대외적으로 진행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경기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지방 이벤트가 될 수 있었다.

소위 한국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리는 광안리에서 펼쳐진 2022 MSI의 열기가 독기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황리에 폐막한 MSI의 열기를 더 신중하게 지자체라는 그릇에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할 것 없이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e스포츠 경기장을 짓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하겠다는 공수표보단 e스포츠를 대하는 지자체의 진정성 어린 접근을 바라는 일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광주e스포츠경기장 (출처 :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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