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배려 없는 평가전일까, 어쩔 수 없는 결과일까?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15일, LoL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이 4월 22~23일 양일간 일본의 LoL 프로팀 DFM과 동남아의 PSG Talon과 평가전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5월 초에 발표될 최종 엔트리 선정을 위해 기량을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벌이는 실전 이벤트다. 특히 2022 MSI(Mid-Season Invitational)까지 남은 기간동안 프로 선수들의 경기에 목마른 팬들의 눈과 귀를 주목시킬 빅 이벤트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큰 이벤트 규모와 달리, 급작스레 결정된 합숙 훈련과 높은 티켓 가격, 스파링 파트너의 적절성 등으로 인해 각종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4월 18일, 한국e스포츠협회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말들이 나왔기에 평가전 연기까지 이어졌는지 그 논란을 알아봤다. /장태영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수년 전의 '아픔'이 되풀이될 수 있었다



지난 17일, T1 소속의 미드 라이너이자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승선한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자신의 개인 스트리밍을 통해 “마음에 여유가 없다"라고 언급해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기존 T1 소속 프로게이머로서 소화해야 할 외부 일정이 즐비했던 이상혁 선수에게 갑작스럽게 결정된 합숙 일정이 스케줄 포화로 이어진 걸로 추정된다. 이미 한 차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T1 선수단에게 휴식은커녕, 소집 훈련 일정과 합숙으로 인한 강행군이 된 것.

T1 1군 선수단 전원뿐만 아니라, 담원 기아의 ‘캐니언’ 김건부, 광동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 DRX의 ‘데프트’ 김혁규, ‘베릴’ 조건희, 젠지 e스포츠의 ‘쵸비’ 정지훈 등 나머지 타 구단 선수에게도 이러한 스케줄의 압박은 똑같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몇 년 전, 혹사에 가까운 대회 일정으로 SKT T1 소속 ‘뱅’ 배준식 선수와 ‘울프’ 이재완 선수가 선수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며 번아웃을 겪었던 사례만 보더라도, 몇몇 선수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이번 일정은 최상의 경기력을 제한하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출처 : 한국e스포츠협회)


# 국가대표가 나서는 자리\, 프로 팀과의 평가전?

 
여러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 한국e스포츠협회가 선정한 평가전 상대도 입방아에 올랐다. 일본을 대표하는 강팀인 DFM과,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팀인 PSG Talon은 면면만 놓고 보면 e스포츠 강국에 손색없는 맞수로 보인다. 야구 국가 대표팀이나 축구 국가 대표팀 역시 필요에 따라 프로 팀과의 친선전을 통해 기량을 점검하는 시범 경기를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엔트리 발표 후 경기력 체크와 컨디션의 점검을 위한 목적이었지, 실질적인 엔트리 발탁을 위한 최종 무대로 프로팀과의 대전을 벌인다는 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말해, 월드컵 우승을 도전하는 팀이 프로 1부 리그 팀과 친선전으로 국가대표 엔트리를 결정한다는 얘기가 된다.

DFM와 PSG가 2022 MSI 참여를 위해 국내로 입국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서로 각 대회를 준비하는 입장인 만큼 현 상황에서 결정할 수 있었던 최선의 스파링 상대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따른다. 해당 팀과 선발전을 진행하리라 발표된 날짜는 15일이다.

PSG는 당시 패자조 결승에서 경기를 진행 중이었다. 우승을 통해 PSG의 MSI 진출이 확정된 것은 4월 17일이다. 차라리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해외 리그 일정으로 인해 타국 대표팀과의 평가전 추진이 어려웠다거나, 공개할 수 있는 선에서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다면 이번 결정에 대해 납득할 팬들도 일부 있었을 것이다.


(출처 : myK)
 

# "지역 e스포츠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몇몇 e스포츠 팬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경기장 선정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LCK 팬들에게 이제 LOL 파크는 낯선 장소가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도 4월 18일 부로 해제가 된 터라 더 많은 수용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경기장만 있다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반면, 한국e스포츠의 결정은 조선대학교 e스포츠 경기장이었다. 

LoL 국가대표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서는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접근성을 높여야 했다는 의견이 있다. LCK 사무국이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킨텍스 제1 전시장이라는 높은 접근성을 가진 장소를 선정했던 것과 반대의 행보로 볼 수 있다. 특히 결승전을 앞두고 더 많은 팬들을 수용하기 위해 빈 공간을 가변 좌석으로 늘렸던 LCK 사무국의 결정도 고정 좌석이 대다수인 광주 경기장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티켓 가격도 팬들 사이에서 화두다. R석 50,000원, S석 30,000원으로 책정된 이번 평가전 2연전은 LCK 스프링 결승전 티켓 가격보다도 비싸게 책정됐다.

물론, 이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지역 e스포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협회의 결정으로 볼 수도 있다. 수도권에만 편중된 e스포츠 격차를 해소하고, 롤파크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어 평소 <롤> e스포츠를 현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팬들을 위한 결정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여러 의견을 살피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발전을 현장에서 관람하기 바랐던 다수의 e스포츠 팬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자회의 홈페이지 소개란에 ‘전 세계에서 e스포츠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문구로 협회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즐비한 현재, 코로나19와 아시안게임 일정 연기로 인해 어쩔 수 없었던 결정도 분명 있었으리라 추측되는 만큼, 왜 이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설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적인' 협회로 거듭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 추가 내용 (2022-04-19)

한국e스포츠협회는 4월 18일 저녁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대표 평가전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조치에 중국 팀의 국내 입국이 어려웠으며,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 역시 해외팀들이 MSI를 앞두고 국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에 부담이 큰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대표 예비명단 선수들과 코치진이 공개 평가전에 출전하며 느낄 부담감 또한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선발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시안게임 일정은 지난 해 11월 말 아시아e스포츠연맹의 발표 이후, 지역예선 및 최종명단 제출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되었다"며 "참가후보자 등록자료 제출 일정 등을 고려하여 국가대표 선발전 및 최종 선발 일정을 준비해왔다. 국내 리그의 일정은 이미 확정되어 있었으므로 이로 인한 일정 변경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e스포츠협회는 "추가로 지난 4/14(목) 대한체육회로부터 지명엔트리 제출일정이 4월 말에서 5월 말~6월 초로 변경됨을 전달받아, 이에 맞추어 선수 파견에 차질 없도록 준비할 예정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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