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LCK 농심 감독 아이디가 스브스인 거 암? 선수였음

LCK에서 농심 레드포스를 지휘하고 있는 배지훈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2012년 제닉스 스톰에서 '스브스'라는 이름으로 프로 생활을 하다 홀연히 사라진 뒤, 2부리그 '팀 다이나믹스'의 코치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돌아왔기 때문이죠. 이후 그는 언더독이었던 소속팀을 1부리그로 끌어올린 데 이어 2021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견인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농심 레드포스 연습실에서 만난 배지훈 감독은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다가올 시즌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4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 배지훈 감독과 팀 다이나믹스에 얽힌 추억은 물론, 스토브리그와 2022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감독 승격\, 농심 합류 등은 전혀 예상 못 해... 아직 해야 할 일 많다"


Q. 디스이즈게임: 2019년 팀 다이나믹스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지도자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A. 배지훈 감독: 처음 코치를 시작했을 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선수 시절 감독과 코치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배운 적이 없었으니까요. 직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무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좀 어리바리하게 보낸 시간이 많았죠. 게다가 당시 저는 사람을 다루는 스킬이 너무나 부족했어요. 그래서 서민석 전 감독님께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곤 했습니다. 그게 가장 큰 거 같아요.



Q. 그러고 보면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지도 거의 8년이 됐어요. **2021년 배지훈 감독의 시선으로 선수 '스브스'를 돌아본다면 어떨까요?**

A. 굉장히 게으른 선수였어요. 노력했다면 잘했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그래도 어느 정도 경기력을 유지했던 걸 보면 재능 자체는 확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웃음) 



Q.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으신가요? 

A. 사회생활을 하다 e스포츠로 돌아온 건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뜨거움'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2부리그 팀 코치에 비하면 일반 회사에서 일하는 게 안정적이지만, 열정 없는 직업이 왠지 재미없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왔죠. 아마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다만, 선수 때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잘했을 텐데... 너무 빨리 접은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은 가끔 해요. 덕분에 저희 팀 선수들에게는 제가 느낀 후회에 관한 부분을 더 잘 설명해줄 수 있게 됐지만요.


선수 '스브스'는 꽤 유망한 원거리 딜러였다
  

Q. 군 전역 후 지도자로 활동할 첫 번째 팀으로 '팀 다이나믹스'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팀 다이나믹스가 2부리그였음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다른 LCK 팀의 제의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LCK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게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가질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팀 다이나믹스에 합류했습니다. 제가 능력이 있다면 우리 팀을 1부리그까지 올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만약 그러지 못하면 지도자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후 감독님을 둘러싼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고, 소속팀에는 농심이라는 큰 스폰서가 붙었으니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는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도입됐죠.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써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A. 선수들에게 편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체계도 많이 잡혔고, 돈도 많이 주니까... 예전보다 모든 게 좋아진 거죠. 돈도 돈이지만, 소속팀에서 게임 지식을 빠르게 쌓을 수 있는 부분도 크다고 봐요. 예전엔 선수가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했는데 지금은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 보니 의지만 있으면 실력도 금방 느는 것 같습니다. 
 

Q. 처음 팀 다이나믹스에서 코치를 시작할 때 '프랜차이즈'나 '감독 승격'과 같은 그림을 꿈꾼 적이 있으신가요?

A. 저는 극도의 현실주의자라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잘 안하는 편이에요.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믿어서 당시엔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잘하면 LCK에 올라갈 수 있고, 거기서 더 잘하면 팀의 힘이 세지고 좋은 스폰서가 붙을 거고... 그러다 보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말이죠.

다행히도 그런 부분들이 잘 진행되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팀이 조금씩이라도 전진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 해야 할 게 많습니다. (웃음) 


LCK는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환경 개선도 그중 하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덕담에 대한 믿음은 일종의 도전이었지만\, 내 판단을 믿기로 했다"
  

Q. 코치 또는 감독으로써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가 떠오르시나요?

A. 지난해 LCK로 승격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죠. 그때를 뛰어넘을 만큼 기분 좋은 순간은 아직 없었으니까요. 아쉬웠던 기억은 2021 LCK 서머에서 정규시즌을 1위로 끝내지 못한 걸 꼽고 싶습니다. 롤드컵 선발전에서 떨어진 것도 아쉽고... 그러고 보면 아쉬운 기억은 비교적 최근에 많이 벌어진 듯해요. 제가 빨리빨리 잊는 성격이라 그런가. (웃음)
 

Q. 하지만 롤드컵 선발전 탈락은 꽤 상처가 깊게 남았을 듯한데요.

A. 크게 좌절하진 않았습니다. 저희 팀이 처음부터 주목받은 게 아니었으니까요. 씁쓸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린 데다 선수단 전원이 성장했다는 점은 꽤 긍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선수들에게는 내년에 팀을 떠나건 남아있건 모두가 승자라는 식으로 다독거려줬어요. 물론, 저는 그 와중에도 내년 시즌을 생각해야 했지만요.  


농심 레드포스는 선발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0-3으로 패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밴픽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볼까요? 감독님은 관계자나 팬분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밴픽 쪽에 대한 호평이 자자한데**...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외 경기도 많이 챙겨보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A. 저는 특정 챔피언의 구도에 대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고 나면 곧바로 실전에서 사용해보는 편이에요. 상상했던 내용을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스크림에 써본 뒤, 확실하다 싶으면 대회에서도 활용하는 거죠. 선수들이 잘해준 것도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밴픽은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 펼쳐지니까 정확한 결정을 최대한 빠르게 내리는 게 중요한 데, 이런 부분이 잘 먹혀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저도 밴픽에서 실수한 게 많아서 이런 칭찬은 잘 와닿지 않네요. 밴픽을 잘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웃음)



Q. 뛰어난 밴픽이 드러난 대표적인 장면으로 지난해 T1과의 경기를 꼽는 분이 많더라고요. 당시 팀 다이나믹스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이하 트페), 아지르, 칼리스타를 밴하는 전략을 선보이며 많은 팬을 놀라게 했잖아요? 당시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A. 최대한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한 결과였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T1에 비해 전력이 약했으니까요. 따라서 T1의 승리 패턴과 밴픽을 집중 연구해서 조금이라도 빈틈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 트페, 아지르, 칼리스타를 자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트페와 아지르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워낙 잘 다루는 챔피언이잖아요. 특히 페이커 선수는 아지르로 상대를 틀어막는 플레이에 능해서 자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칼리스타는 '테디' 박진성 선수의 주력 카드 중 하나라 밴했고요. 


지난해 배지훈 감독이 T1전에서 선보인 밴픽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본인이 생각하는 밴픽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A. 1페이즈까지는 어느 정도 계획을 짤 수 있어요. 연구를 통해서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2페이즈입니다. 상대의 선택에 따라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라... 여기서 잘하는 게 핵심이라고 봐요.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상대의 노림수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판단도 내려야 합니다.



Q.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밴픽이 있을까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A. 올해 6월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상체에 AP(마법 대미지) 챔피언 세 개를 쥐여준 적이 있어요. 제가 결단을 못 내려서 일어난 일이었죠. 좋았던 밴픽은... 글쎄요. 서머 시즌 연승했을 때는 다 잘했던 것 같아요. (웃음) 저희가 메타를 주도했으니까요. 10승 선착했던 시절로 기억하는데 정말 술술 풀렸습니다. 그때 밴픽은 괜찮았다 싶네요.    


배지훈 감독이 언급한 '밴픽 실수'는 이 경기에서 나왔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감독이라는 직책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죠. e스포츠 팀 감독으로써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는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 게임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종목처럼 강압적으로 선수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개개인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멘탈을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처음 팀 다이나믹스 감독직을 수행할 땐 정말 힘들었어요. 게임적 부분과 선수 케어를 혼자 다 해야 했으니까요. 막연하게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힘들고 선수들 케어도 어려우니 서로 미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코치 영입을 통한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실감했죠.

그래서 지난해에는 채도준 코치를, 올해는 임혜성 코치를 모셔왔습니다. 특히 임혜성 코치는 경력도 풍부하고 보여준 것도 많은데 유독 저평가되는 느낌이라... 덥석 가져왔습니다. (웃음) 현재 인게임 쪽은 코치들에게 어느 정도 위임했고 저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코치들이 놓친 부분을 이야기해주거나 인게임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쪽에도 관여하고 있고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난해 '구거' 선수가 인터뷰를 통해 "감독님은 선수단을 강압적으로 **대하기보다 친한 형처럼 편하게 해주신다"라고 언급한 게 떠오르네요. **

A. 선수들 입장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감독으로써 쓴소리를 해야 할 순간에도 그러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런 게 필요한 상황에서는 쓴소리를 하는 편이에요.


임혜성 코치는 2021년 합류한 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출처: 농심 레드포스)
 

Q.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덕담' 서대길 선수에 대한 감독님의 믿음이었습니다. 당시 덕담 선수는 다소 걱정될 정도로 부진했지만, 감독님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힘을 실어주셨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A. 당시 저는 뒤에서 안정적인 포지션을 잡기보다 폭발력 있게 대미지를 넣다 죽는 원거리 딜러를 원했어요. 물론, 대길이가 한참 부진할 땐 터널 시야도 많았고 라인전도 못했지만 이것만 교정해주면 충분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대길이는 LCK가 처음이기도 했으니까요. 

대길이는 굉장히 똑똑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선수입니다. 따라서 혼자 뛰어놀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줄 수 있으면 성장할 거라고 믿었어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조금 도박이었죠. 한 시즌을 더 지켜본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지만, 제 촉을 믿어보자는 마인드로 밀어붙였습니다.
 

Q. 만약 덕담 선수가 끝까지 살아나지 못했다면 준비된 플랜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플랜 B는 없었어요. 그냥 믿고 가는 거였으니까. 서포터의 성향에 따라 원거리 딜러가 영향을 받을 때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대길이는 성격 자체가 예스맨이었어요. LCK에 올라온 것만으로 어느 정도 동기부여를 채운 듯한 느낌도 있었죠.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한 목표를 많이 심어줬습니다. 잘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퍼스트 팀 원거리 딜러가 될 줄은 몰랐네요. (웃음)


덕담은 서머 시즌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선정됐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물음표 지울 수 있다면 우승도 가능... 조금만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길"
 

Q.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선수단과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A. 처음엔 다 같이 재미있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좋겠다 싶었는데... 다들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저희에겐 용준이('고스트' 장용준)라는 치트키가 있었으니까요. 인싸들이 워낙 많은 데다 여러 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지금은 정말 많이 친해진 상태입니다.



Q. 선수단 구성에 감독님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궁금합니다. 직접 선수를 만나서 영입 의사를 밝힌 적도 있으신가요?

A. 구단 측에 특정 선수를 영입해달라고 요청할 순 있지만, 직접 계약에 나설 순 없어요. 돈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의사 표현 정도로 봐주시면 될 듯해요. 팀이 지목한 선수에 대한 의견을 전해주는 거죠. 제가 이 선수를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는 템퍼링이 있으니 아무리 플랜을 짜놨다 해도 미리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플랜 A대로 움직이면 큰 문제는 없겠다 싶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게 어그러졌습니다. 그 뒤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어요.



Q. 완성된 로스터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A. 혜성 코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미친 팀'이라는 표현입니다. (웃음) 탑을 정말 잘하는 '칸나' 김창동, 정글에는 미친 '드레드' 이진혁이 있고 라인전 미친 '비디디' 곽보성이 미드에 있잖아요. 바텀에는 그냥 장용준과 미친 로밍의 '에포트' 이상호가 있고... 이 얼마나 밸런스 좋은 팀입니까. 다들 미친 와중에 용준이처럼 이성을 가진 친구가 있다는 것도 정말 큰 자산입니다. (웃음)
 

배지훈 감독은 인터뷰 내내 고스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가장 기대되는 건 드레드 선수와 감독님의 만남입니다. 드레드 선수는 가진 재능은 확실하지만, 유독 포텐이 터지지 않아 모두를 안타깝게 했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A. 선수의 포텐을 터뜨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 (웃음) 다만, 같이 하다 보니 확실히 재능있는 선수라는 건 느껴져요. "이게 된다고?"라는 말을 끌어내는 선수니까요. 너무 공격적이라 간혹 삐끗할 때가 있지만, 이건 팀적으로 틀을 짜주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Q. 새로운 시즌을 맞아 전략의 변화도 필요할 듯한데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올 시즌 저희에게 한타중심의 팀이라는 이야길 많이 하시더라고요. 다만, 저희가 '라인전은 포기하고 한타를 잘하자'라는 마음을 먹은 적은 결코 없습니다. 그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그거였고, 이를 통해 성적도 내다보니 프레임이 잡힌 게 아닌가 싶어요. 기본이 라인전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처음부터 상대를 두들기는 게 정답에 가까운 거죠. 다른 팀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Q. 스크림 성적은 어떤 편인가요? 

A. 저는 스크림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열어줄 카드는 열어주되 우리가 확인해야 할 구도를 실험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희 팀은 라인업 변화가 크기에 아직 호흡을 맞추는 단계라 스크림에서도 부진할 줄 알았는데 성적은 꽤 좋은 편입니다. 승리하는 경기도 제법 되고요. 이기는 게 이상한 건데... (웃음) 그만큼 선수들이 잘하지 않나 싶습니다.  


배지훈 감독은 2023년까지 농심 레드포스를 이끌 예정이다 (출처: 농심 레드포스)
  



Q. 로스터 전반에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실 듯합니다. 기대되는 점과 걱정되는 점을 알려주신다면요?

A. 예전과 달리 잃을 게 생겼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성적을 내야 하니까요. 부담감도 있는데 잘 해내야죠. 잘해오기도 했고. 2022 스프링, 서머 둘 다 플레이오프는 가야 할 거 같은데... 워낙 쟁쟁한 팀이 많아서 우승이나 4강 등 특정 목표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Q. 큰 폭의 로스터 변화가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몇몇 팬분들은 오래도록 정을 붙일 수 있는 팀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전하시더라고요.

A. 팀 입장에서 생각하면 특정 선수와 같이 가는 게 팬분들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좋다고 봐요.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강한 팀이나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는 돈을 더 주고 잡는 게 가장 좋지만, 주어진 자원이 한정적이니 그에 맞는 틀을 짤 수밖에 없죠.

2부리그 시절 선수들을 처음으로 보낼 땐 정말 힘들었어요.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코치, 감독님들께 여쭤보니 빨리 잊고 내년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우울감보다는 행복하게 보내주는 편입니다. "고생했다, 적으로 만나면 혼내주겠다"와 같은 말도하고. (웃음)



Q. 칸나-드레드-비디디-고스트-에포트와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모든 물음표가 지워진다면 정규시즌 우승도 가능하리라 봐요. 용준이를 봐서라도 우승컵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CK,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친구가 저희 팀에 왔는데... 우승 못 하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롤드컵에 다녀온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전 소속팀에서 국제 대회에 갔는데 농심 레드포스에서는 못 가면 제가 너무 미안해질 테니까. 최소한 롤드컵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농심 레드포스의 새로운 라인업 (출처: 농심 레드포스)
 

Q. 어느덧 2021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올해 초 배지훈 감독이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달성도가 얼마인지도 궁금합니다.

A. 당시 목표는 플레이오프와 결승에 진출하는 거였습니다. 퍼센트로 따지자면... 90%까지 올라갔다가 0%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롤드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직전까지 갔다가 실패했으니까요.

사실 저희는 롤드컵 진출 확률이 99%라고 믿었어요. 못 가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많던 기회가 다 사라졌더라고요. 기회를 스스로 날린 셈이라 팬분들께는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한참을 망설인 뒤) 음... 이번 스토브리그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희 팀이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하고 새벽 네 시에 긴급 소집령이 떨어져서 사무실에 나온 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1주일 넘게 잠을 못 자기도 했고... 매일매일이 비상이었어요.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싶으면 여지없이 일이 터졌죠.

다들 걱정도 많으실 거고 화도 많이 나시겠지만... 로스터는 이미 정해졌고, 스토브리그도 마무리됐기에 조금만 너그럽게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아, 저희 팀이 혹시 분위기가 침울하진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많으실 텐데 포장이 아니라 정말로 화목합니다. 불만 있는 선수도 없어요. (웃음)

그리고... 저는 항상 선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입니다. 물론, 기사가 나가고 나면 비판하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잘된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팀에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농심 레드포스)
3줄요약
01. 농심 연습실에 전시된 과자가 참 탐스러워보였습니다
02. 골수 CJ팬 입장에서 참 설레는 로스터가 완성됐는데
03. 아무쪼록 선전하길 바랍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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