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팀별 2021시즌 시나리오, 얼마나 맞고 얼마나 틀렸을까

올해 초 각종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기사가 있습니다. 기자가 작성했던 'LCK 팀별 2021시즌 최고·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인데요. 당시 기자는 담원 기아부터 프레딧 브리온에 이르기까지 상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투입해 기사를 작성했었습니다. 감사히도 반응은 꽤 좋은 편이었죠.

시간이 지나 스프링 시즌이 끝난 지금, 문득 해당 기사의 '근황'이 궁금해졌습니다. 순도 100% 기자의 '뇌피셜'로 작성된 시나리오는 현실과 얼마나 일치했을까요? 각 팀의 스프링 시즌 결과물과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한편, 10개 팀의 스프링 시즌을 간단히 돌아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 담원 기아,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의 '봄'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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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는 실로 눈부신 2021시즌을 보내고 있다. 담원 기아는 지난해 말 펼쳐진 케스파컵에 이어 2021 스프링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롤드컵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한 만큼,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행보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얼굴들 역시 좋은 합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균 감독은 담원 기아의 피지컬에 운영을 더했고, '너구리' 장하권의 공백은 베테랑 '칸'이 완벽히 메꾸고 있다. 일각에서는 LCK가 아니라 담원 기아가 강한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대로라면 롤드컵 2연패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앞서 작성한 행복 시나리오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팀이다.


담원 기아는 행복 시나리오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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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변화 없이 2021 스프링에 임한 젠지는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물을 손에 넣었다. 특히 젠지는 시즌 중후반 들어 상체 대신 하체에 집중하는 한편, 대세 챔피언을 거리낌 없이 플레이하는 등 내실을 다지며 결승까지 폭풍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해 큰 무대에만 서면 얼어붙었던 '비디디'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징크스를 깰 준비를 마쳤다는 점도 젠지에겐 기분 좋은 포인트다. 더는 '룰러'만 부르짖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 젠지가 반지원정대를 결성한 지도 어느덧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야말로 확실한 마침표가 필요할 때다.


젠지는 조금씩 '원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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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LCK 중계진들은 홀린 듯 '쵸비'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의 닉네임을 길게 늘인 '쵸오오오오오오오비'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쵸비의 활약은 눈부셨다. 

허리부상에서 돌아온 '데프트'는 자신의 건재함을 조금은 증명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경기력은 아쉬움이 남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분명 상승 곡선에 가깝다. 이에 더해 '모건', '아서', '미르', '뷔스타' 등 시즌 내내 경기에 출전했던 어린 선수들 역시 조금씩 팀에 녹아들며 번뜩이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한화생명의 '첫 번째 봄'은 그렇게 팬들 곁에 다가왔다. 

현시점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만, 최상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롤드컵에 진출, 캠프원에서 팬들과 함께 잔치국수를 먹고 싶다던 백종순 여사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한화생명e스포츠는 스프링 시즌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출처: 한화생명e스포츠)







# 돌림판에서 방황한 T1, 절반의 성공 거둔 DRX와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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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냉정히 말해 시즌 초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들어맞는 흐름이 펼쳐졌고, T1 팬들은 애꿎은 속을 태워야 했다. 실제로 칸나는 지독한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선발에서 제외된 채 폐관 수련에 임해야 했다. 물론 시즌 막바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나, '부활했다'라고 단정 짓긴 무리다. 해당 시나리오에 세모를 부여한 이유다. 

게다가 양대인 감독이 야심 차게 도입했던 3정글과 주전 경쟁도 지금까진 실패에 가깝다. 의도는 이해되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뿐더러 경기력도 요동쳤다. 결국 T1은 지난해와 비슷한 칸나-커즈-페이커-테디-케리아를 주전으로 확정 짓고 나서야 가까스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물론 결과는 젠지와의 경기에서 당한 0-3 패배였지만. 감독으로써 첫 시즌을 보낸 양대인 감독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첫 시즌을 흘려보낸 양대인 감독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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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는 모두가 꼴찌 후보라 손가락질했던 팀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써 내려가며 '동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김상수 감독대행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이끌고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만약 시즌 막바지에 발생한 '흔들림'이 덜했다면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주장 표식은 2년 차 징크스 없이 한국 최고의 정글러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전반기는 롤드컵 결승 MVP 캐니언과 맞먹을 정도로 눈부신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후반 들어 한계를 노출한 만큼 이를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서머 시즌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다음 달 14일이면 김대호 감독의 징계가 끝난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없지만, 만약 김대호 감독이 DRX에 복귀할 경우 김상수 감독대행과의 '교통정리'도 필요해진다. DRX의 2021시즌을 결정지을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표식은 2년 차 징크스를 박살 내며 팀을 이끌었다 (출처: D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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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레드포스는 시즌 초만 해도 '케스파컵 준우승 징크스'에 무너지는 듯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나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특히 많은 이의 우려를 샀던 원거리 딜러 '덕담'은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을 캐리했고, 베테랑 '피넛' 역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시즌 초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승점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두 선수의 공이 컸다. '켈린' 역시 준수한 경기력을 과시했다.

다만 미드 라이너 '베이'는 끝내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걷어내지 못했다. 주장 '리치' 역시 종종 번뜩이긴 했지만, 기대에 비하면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베이 항목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농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이제 덕담은 확실한 '상수'에 해당하는 선수다 (출처: 농심 레드포스)
 


# 방향성 필요한 KT-아프리카, 꿈꾸는 리브 샌드박스와 프레딧 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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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올 시즌 키 플레이어로 유칼을 꼽았다. 1라운드 초만 해도 유칼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KT의 승부수'도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유칼은 끝내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또다시 무너졌다. 도란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었지만, 유칼에 비하면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2라운드에서 드러난 도란의 부진은 상대의 '탑 견제'가 극심했던 탓이 크다. 두 선수의 시나리오가 갈린 이유다.

2021 스프링, KT는 후술할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듯했다. 다만, 시즌 후반 아카데미에서 콜업한 노아와 기드온으로 인해 가까스로 팬들의 비난은 피한 느낌이 강하다.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대로라면 서머 시즌에도 다소 애매한 성적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킹존 시절부터 함께 활동해온 '강동훈 사단'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강동훈 사단이 내릴 결단은 과연 무엇일까 (출처: KT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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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샌드박스는 올 시즌 가장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오간 팀이다. 시즌 초,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꼴찌 1순위로 꼽혔던 리브 샌드박스는 팀을 재정비한 뒤 상승 곡선을 그리며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다. 2021 스프링이 마지막까지 불타오를 수 있었던 건 리브 샌드박스의 '미라클 런'이 컸다.

다소 의문부호가 남았던 '에포트'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좋은 성과로 이어졌음은 물론, 새롭게 합류한 정글러 '크로코'는 폼이 떨어진 '온플릭'의 공백을 잘 메꾸며 팀을 이끌었다. 시즌 중반 합류한 '프린스' 역시 나쁘지 않은 첫 시즌을 소화했다. 선수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만약 리브 샌드박스가 서머 시즌 초 수월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충분히 더 큰 꿈을 꿔도 될 것이다.


프린스 합류 이후, 리브 샌드박스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출처: 리브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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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강팀판독기'라는 별명에 치를 떨었던 아프리카 프릭스였지만, 2021 스프링에서는 그 별명마저 그리울 정도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특히 25분만 되면 인게임 오더가 급격히 꼬이는 문제점이 시즌 내내 드러났음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프리카 프릭스를 둘러싼 여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

팬들의 시선은 다소 부진했던 '뱅'에게 쏠리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팀이 생각하는 '방향성'에 있다. 정말 '윈나우'를 꿈꾼다면 더 확실한 투자가 필요하다. 반대로 미래를 보려면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려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지금의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느 쪽으로 비춰봐도 어정쩡한 느낌이 강하다. 이대로라면 서머 시즌도 비슷한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팀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먼저다 (출처: 아프리카 프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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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레딧 브리온이 담원 기아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2021 스프링 1라운드 프레딧 브리온과 담원 기아의 경기는 LCK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이변이자 업셋이었다.

사실 프레딧 브리온은 시즌 내내 모든 해설진과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다만,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표류했던 진에어 그린윙스에 보내던 응원과는 확실히 다른 톤이었다. 프레딧 브리온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담원 기아와 T1 등 굵직한 팀을 격파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즌 막바지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6위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다만, 프레딧 브리온이 '기대 이상'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조금 더 확실한 결과물이 필요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우범 감독이 그릴 프레딧 브리온의 끝이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더 좋은 '결과물'이 필요할 때다 (출처: 프레딧 브리온)

3줄 요약
01. 몇개 맞아떨어질 땐
02. 솔직히 저도 놀랬습니다 ㅎㄷㄷ
03. 이제 시나리오 같은 건 안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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